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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

2008.01.31. 아자아자 화이팅! 아침공기. 오염되지 않은 마을의 산속 겨울공기가 가슴속에 정체된 곳을 뻥~! 뚫는듯 하였다. 춥고 기나긴 밤을 지내고, 더 싸고 좋은 방을 알아보러 맥그로드 간즈 시내를 나섰다. 원래 박수나트로 가려하였으나, 전날의 고기 폭식이 화를 불렀는지, 일행 중 한명이 배탈이 나버렸다. 간판도 없는 숙소를 찾아 들어갔다. 일반 가족이 사는 듯한 1층을 지나, 좁은 철제계단을 따라 두개의 층을 더 올라가니, 리셉션이 나왔다. 겨울이라 여행객이 없는지, 한참을 기다리니 주인아주머니가 나와 방을 보여주었다. 나는 방을 옮기지 않기로 하고, 테라스에서 담소를 나누는 티벳 아가씨들이랑 이야기를 나누었다. 풀하우스. 티벳마을에도 한국드라마가 있었다. 송혜교와 비가 나온 풀하우스를 재밌게 보고 있다며, 송혜교의 '곰세마리'를.. 더보기
30th. Jan. 08 Snowing Day In McLeod Ganj. 맥그로드 간즈의 첫날 밤. 숙소에서... 양말을 신고 있지만, 발이 너무 시리다. 인도산 침낭 속, 여러겹의 옷만으로는 북부인도의 추위를 이기기엔 무리였을까.. 밤이 되니 눈앞에 햇살과 함께 펼쳐졌던 아름다운 광경은 완전한 암흑으로 사라져버리고, 저~ 멀리에는 하나정도 있을법한 불빛조차 없이 믿을수 없는 까만 배경만이 가득해져 버렸다.. .................. 버스정거장 앞에는 두개의 베이커리가 있다. 사실 베이커리라 하기에는 빵의 종류나 가게의 규모 면에서 무리가 있고, 조각조각 케익만을 판매하는 작은 가판대에 더 가깝다고 하는게 더 옳을 것 같다. 하지만, 조그만 이곳 산악 마을의 규모에 비춰보며, 난 그곳을 '베이커리'라 칭하기로 하였다. 마주보고 있는 두 베이커리에서 공평하게 케익 한조.. 더보기
30. Jan.08 욕망이란 이름의 백치. 나는 고기가 먹고싶었다. 더이상 '치킨 프라이드라이스' 안의 비둘기가 아닌 진짜 '고기', 나에게 고기가 될 만한 '고기'말이다. 바라나시-델리-다람살라-맥그로드 간즈. 또 단숨에 질러버렸다. 며칠이 걸리든 개의치 않았다. 더이상 머리는 최종사령관이 아닌 것이다. 미친듯이 고기를 갈구한 욕망. 그것이 이틀을 달리게 하였다. ................. In McLoad Ganj. 더보기
28. Jan. 08. 좁디 좁았던 곱목 사이사이의 추억. 바라나시를 떠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달려드는 아이. 과자를 좋아하는 아이. 구걸하는 사람. 소리치며 화장터로 향하던 사람. 의식을 거행하던 사람. 피부병 강아지. 소. Bulls. 마사지꾼. 보트꾼. 목욕하는 사람과 갠지스강에 무언가를 갈구하던 사람.... 이곳의 다양한 모습들은 나의 모습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며, 이곳에서의 4일은 앞으로의 4천여일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덕분에 많은 호기심과 욕망을 채우고 느끼며 떠난다. In Varanasi. 더보기
27. Jan. 08. 인연 - Kenji. 약속대로 우리는 27일 정오 마니까르니까 가트에서 만났다. 약속시간보다 30여분 먼저 기다리고 있으니, 마약을 권하는 친구들이 주위를 둘러쌌다. 결국 마리화나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작업까지 가다 상황은 중단되었다. Kenji와 내가 진짜 마리화나의 생김새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Kenji는 호주 Rovbinvale에서 함께 지낸 말레이시아가가 국적인 친구. 우리는 인도에서 재회한 것이다. 기약없이 만나고 헤어지고.... 인연 참 묘하다. 나에겐 단지 여정의 일부인 이곳, 바라나시. 예로부터 바라나시는 깨우침의 도시라 하였던가... 나 또한 이곳에서 인연의 신기함정도는 배우고 간다. '언젠가, 또 누군가를 어딘가에서 만나는 것.' 이것이 당연하고 어렵지 않은 것이라면, 다음번의 '.. 더보기
26. Jan. 08. 저녁. 초보 홀로 여행자. 혼자하는 여행의 일정 중 하나는 틈틈히 일기를 써나가는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때려죽여도 일기는 쓰기 싫어하던 사람이었지만, Writing Dairy는 생존본능에 가까운, 환경에 적응하고자 하는 수단이 되어버렸다. 사실. 다 지난 일들과 했던 일들을 형편없는 글솜씨로 다시 써나가는 것 부터가 효율성이라곤 없는 것이며, 혼자가 아니라면 이시간은 글쓰기보다는 (구하기 힘든) 맥주가 더 어울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아니... '초보 홀로 여행자'이기 때문에 난 비효율을 선택하고 있다. ............... 매일 5시 반이면 다샤스와메드 가트에서 아르띠 뿌자가 열린다. '열린다'는 표현이 맞는 지 모르겠지만, 뿌자는 이를테면 천주교의 미사와 같은 것이다. '고수 홀로 여행자'를 만나 호기심에 .. 더보기
26. Jan. 08. 점심. 케이코와 켄지를 만나다. 화장터의 연기와 새벽안개 속에서 바라나시의 일정을 보낸다. 뿌연 연기에 그대로 취해버리면 내 미래마저도 칙칙하게 될 것같아 어제밤 새로운 계획을 세웠고, 오늘 그것을 실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새벽부터 일찍일어나 미리 예매해 뒀었던 기차표를 바꾸러 바라나시 졍션역으로 갔다. 28일 델리행 SL이 없어서 826루피나 더 주고 3A로 예약했다. 돈은 좀 아깝지만 시간을 아끼기로 하자. ..............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졍션역에서 기차표를 예매하다가 케이코를 다시 만났다. 델리에서 봤을때 서로 "Unbelievable"만 외치다 헤어졌는데, 바라나시에서 또 보게 될줄이야... 케이코, David(케이코의 남자친구)와 함께 아침식사를 마치고 헤어진 후 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 더보기
25. Jan. 08. 화장터의 미묘한 기운에 취하다. '역사보다, 전통보다, 전설보다 오래된 도시' - 마크 트웨인 - "바라나시를 보지 않았다면 인도를 본 것이 아니다. 바라나시를 보았다면 인도를 다 본것이다." - 백배즐기기 속 '많은 사람들'.- 아그라에서 먼길을 달려온 여파때문이지, 힘없이 지나친 하루였다. 낯에 바라나시에 도착해서(역시 도착예정 시간도 지켜지지 않았다.) 릭샤왈라가 다짜고짜 데리고 온 호텔 이곳 저곳에서 흥정하며 2시간정도를 소비 후 처음갔던 샨티호텔과 계약하였다. 함께 온 일행은 산까타 호텔로 갔다. 느즈막히 아침 겸 점심 겸 저녁을 먹고나니 날이 저물어버렸다. 잠깐동안 경험한 화장터의 분위기가 지금 숙소안까지 전달되는 듯하다. 그곳에서 시작된 연기는 숙소안까지 명백히 전달되고 있다. 옆에서는 사람들이 타며 재를 날리고, 난 그 .. 더보기
24. Jan. 08. 연착. 연착. 또 연착. 또 연착. 바라나시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을 넘어 시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8시 45분 출발 예정이던 열차는 9시 30분으로 연착, 또 10시 10분으로 연착. 결국엔 10시 30분쯔음에 출발하였다. 자... 제시간에 도착하는건 애초에 물건너갔고, 이젠 얼마나 더 연착이 될까... 코를 후비면 검은색 딱지들이 쏟아져 나온다. 휴지색이 검정색일 줄이야... 아그라의 공기오염도는 가히 인도 최강이다. 아그라 포트 역에서 본능적으로 머리까지 다 감아버려서 쉽게 잠을 청할듯하다. 더욱이 새벽부터 돌아다니며 쌓인 피로도 여느때보다 심하게 다가온다. 오늘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연착의 연장선상에서 나중에 생각날때 쓰기로 하자. 어쨋든 지금 이 기차를 탄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In Agra. 더보기
23. Jan. 08. 아그라행 버스. 사진 - 타즈마할에서의 나의 모습들. 아그라행 버스안이다. 푸쉬카르를 떠나기 전 선화네 가족이랑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면서 만난 일행이랑 함께 있다. 버스마다 내부가 제각각인지, 내가 있는 싱글슬리퍼칸은 누워도 다리가 펴지질 않는다. 친절하게도 일행이 내 가방을 맡아줘서 공간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옆으로 새우잠을 자야만 한다. 뭐 누울수 있는게 어딘가... 나쁘지않다. 내 자리엔 창문이 하나 없다. 그 자리에 어설픈 철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버스가 흔들릴때마다 자동으로 조금씩 열린다. 2시간을 넘게 달리고 있는 지금은 그대도 좀 익숙해져서 왼쪽 발로 철판을 고정시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새어 들어오는 바람은 딱히 방법이 없다. 델리에서 350루피주고 산 침낭이 위력을 발휘할 시간이다. 쉴새없이 흔들리.. 더보기